말 당번은 카네상이랑 호리가 맡아줄래요? 1부대는 출진 중이고, 2, 3, 4부대는 원정을 갔고-
사니와는 보일 듯 말 듯한 눈짓을 호리카와에게 건넸다. 갑주 없이 가벼운 옷을 입고 마굿간으로 향하는 두 사람에게 잘 다녀와, 라고 짧은 인사말을 남기고는 다음 지명을 기다리는 남사들을 바라보았다.
대련은 자유롭게 하면 될 것 같아요. 그러면 오늘 밭 당번은-
휘이, 돌아보는 눈짓에 움찔하는 카슈와 눈을 반짝이는 몇몇 도검을 지나친 사니와의 눈이 팔짱을 낀 채 문에 기대어 있는 오오쿠리카라에게 가서 닿았다. 눈빛이 반짝, 하고 짧게 빛났다가 평소의 무표정함으로 돌아간 사니와의 얼굴을 본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는 어깨를 으쓱, 하며 제 방으로 돌아갔다. 옷을 갈아입으러 간 것이었다.
…부탁할게요, 쿠리카라.
지명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그는 못 들은 척 작게 한숨을 쉬며 제게 배정되어 있던 방을 향해 갔다.
*
혼마루의 텃밭에는 여러 작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식료품의 양도 상당했지만 여러 종류의 채소들은 직접 길러 사용하고 있었다. 윤기가 흐르게 영글어 있는 과일도, 언제나처럼 싱싱하게 자라 있는 야채들도 그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옆구리에 낀 바구니에 이런저런 연장을 들고는 밭에 나온 쿠리카라를 반기는 것은 여느 때와 같이 착 달라붙는 운동복을 입은 미츠타다였다.
‘쓸데없는 짓을…’
미츠타다의 환영을 받으며 그는 사니와를 떠올렸다. 그가 당번일을 할 때면 언제 어디서든 미츠타다와 조를 이루게 하는, 그러면서 ‘놀라운 영감’과는 절대 한 조에 편성하지 않는 작은 배려. 그의 별 관심 없다는 태도에도 사니와는 한결같이 소소한 배려를 멈추지 않았다.
쇼쿠, 카라-
보통 내번 일을 맡긴 사니와는 제 업무를 끝내고, 근시와 함께 임무를 떠난 이들에게 건넬 간식을 만들곤 했다. 근시를 맡고 있으면 늘상 보는 모습이었다. 간혹 체력이 허락하는 때에나 겨우 세탁물을 정리한다거나 하던 모습을 보여주던 사니와, 키노우의 목소리가 들려올 줄 상상도 못했던 그는 아주 잠시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서류만 작성하는 데에도 체력이 달려 골골거리던 그녀였으니까.
무슨 일이지?
어디서 가져온 건지 평소의 드레스 대신 가벼운 운동복을 입고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등장한 사니와의 모습에 미츠타다마저 당황한 얼굴을 숨기지 못했다. 심지어 평소에는 잘 보이지도 않던 웃음까지 머금고 있었다. 내가 아는 키노우가 아닌 모양인데. 오오쿠리카라는 고개를 돌려서는 텃밭의 저쪽 구석으로 향했다. 귀까지 붉어진 느낌이 들었다. 알아챌 리 없는데도 저 쪽으로는 부러 얼굴을 돌리지 않았다. 그래, 홀로 싸우다 홀로 죽으니, 홀로 일하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을 것이었다.
텃밭 가에 작게 조성된 과수원에서는 사과도, 배도 달게 열려서는 제 색을 뽐내고 있었다. 발갛게 물든 사과와 노랗게 익은 단단한 배를 몇 개 바구니에 담은 사니와는 그새 자란 잡초를 섞어내는 미츠타다에게 다가가서는 이런저런 설명을 듣더니 밭의 다른 구석으로 향했다.
…칫.
잡초를 뽑으려고 하면서 맨손으로 가는 녀석이 어디 있단 말인가. 제대로 하고 있나, 싶어 고개를 돌렸다가 맨손으로 풀에 손을 솎아내려 쪼그려 앉은 사니와를 본 오오쿠리카라는 쓰게 혀를 차고는 성큼성큼 다가갔다.
어이.
한참 위에서 내려다보는 그의 시선에 약간 움츠러든 사니와의 앞에서 그는 장갑을 벗어 건넸다.
써라.
맨손으로 일을 하게 된 오오쿠리카라에게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마음을 담뿍 담아 고마워요, 웃음 짓는 사니와가 오늘따라 유달리 어여뻐 보였다. 못 보던 모습을 오늘따라 많이 보이는데. 오오쿠리카라는 슬쩍 인상을 누그러뜨리며 가을날답게 높아진 하늘만 올려다보았다.
*
짧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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