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니와 설정 등등을 빌려주신 솜님@uni_s_aria, 요지경님@abcd07m26d 타카@tkkn_kr 하리님@harisenbon9 아키라님 @D4WN_4_U 을 비롯해 청첩장을 받아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마지막의 가사는 Blackstar~theater Starless~의 곡 Beloved에서 인용했습니다.
*
Amazing! 역시 내 피앙세로군.
익살맞은 억양의 감탄사와 함께 귀에 꽃피는 말은 그의 감탄사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디를 보아도 단 한 치의 모자람도 없이 차려입은 그의 모습은 누구의 눈에도 아름답고 당당해 보였다. 물살을 가르고 하늘로 오르는 한 마리 당당한 용이라도 될 것 같은 영물 비단잉어의 색을 꼭 빼닮은 머리칼을 살짝 묶어 도드라지게 드러나는 두상까지도 심미적라는 말이 어울린다면 할 말을 다 하지 않았겠는가.
자, 자, 신부 감상은 여기까지. 신랑은 들어오면 안 돼.
깜찍하게 하얀 리본으로 머리카락을 정리한 미다레 토시로가 신랑을 밀어냈다.
아직 꾸미는 중이니까 본식 때나 보라고.
여기서 더 Beautiful해지면-.
아침까지도 함께 계시지 않으셨나요.
아니, 알았다. 알았다고.
아무래도 수행을 다녀온 단도의 진심을 다한 밀어내기를 이기는 어려웠는지 문 밖으로 그가 사라졌다. 하여간 팔불출이라니까. 신부 메이크업을 맡은 카슈 키요미츠가 가볍게 눈을 흘기고는 다시 하던 일로 돌아왔다.
주인, 주인 눈에서 눈물 나게 할 것 같은 놈은 아니겠지만, 정말 괜찮겠어?
주인이라고 불린 신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그렇게 신중하던 주인이 이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가는 건 말이지, 역시, 좀….
더 하실 말씀이시라도?
카슈 키요미츠의 투정 섞인 말은 주인의 깔끔한 손톱을 화려하게 꾸미던 쿄고쿠 마사무네에 의해 막혔다. 카슈 키요미츠는 한 번 으쓱하고는 주인을 꾸미는 데 다시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
혼마루는 새벽부터 소란스러웠다. 주인의 취임 10주년도 곧이었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큰 경사를 준비하고 있어서일지도 몰랐다. 도검남사들은 시간정부로부터 미리 배정받은 부지에 원탁을 놓는다거나 의자를 배치하고 붉은 융단을 길게 깔고 손님 명단을 다시 확인하고 분주하게 보내고 있었다. 흰 장미와 백합을 필두로 축복과 행복의 의미를 지닌 꽃들은 후쿠시마 미츠타다의 손에 의해 곳곳에 장식되어 자태를 뽐내고, 각자의 역할을 맞춰보는 도검남사들도 여럿 있었다.
다른 도검남사들이 바삐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던 그림자 하나가 슥 빠져나가서는 신부 대기실로 향했다. 등 뒤로 희고 검은 머리칼이 휘날렸다.
*
똑똑똑.
네에, 신랑이 아니시면 들어와도 된답니다~. 주인님 준비 끝났어.
신랑 아니야. 그럼 실례―.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벙찐 표정으로 신부를 보았다. 마치 몇백 년 일생에서도 그보다 심미적인 것은 본 적 없었다는 듯이.
…히메츠루?
자신의 이름이 불린 그의 낯이 다시 평소처럼 돌아왔다. 푸른 빙하가 굳어 만들어진 듯한 눈이 슬쩍 감겼다가 떠졌다.
잠깐 할 말이 있는데에.
평소처럼 말을 살짝 늘이며 그가 말했다. 카슈 키요미츠와 쿄고쿠 마사무네, 그리고 미다레 토시로의 시선도 신부에게 향했다. 신부는 엷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 없어. 잠깐 바깥 공기라도 쐬고 올래?
문가에서 대기하겠습니다.
응응. 히메츠루, 5분이면 충분하지?
남을지도 모르고오.
신부 곁을 지키던 세 도검남사가 자리를 비우자 신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단둘이 하고 싶은 말이라면…역시 그거야?
히메츠루 이치몬지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역시 난 이 결혼은 마음에 들지 않아.
신부의 눈초리가 날카로워졌다.
지금이라도 멈출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건 주인인 네가 행복해진다고 생각해서야.
정말이지….
조금이라도 마음이 바뀌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널 데리고 나갈 수도 있어.
그럴 리 없다는 것 알고 있어서 하는 말이지?
여전하구나아.
히메츠루 이치몬지는 몸을 신부 쪽으로 숙였다.
아프지 마.
신부는 정말 그를 무리라고 생각하는구나, 생각했다.
그렇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 신경써줘서 고마워.
그럼, 이만. …오늘 참 예쁘네에.
히메츠루 이치몬지가 성큼성큼 문으로 걸어나갔다. 이윽고 밖에서 기다리던 세 도검남사가 들어왔다.
주인님, 별일 없으셨나요?
별일이라고 할 게 뭐 있을 리가. 그는 언제나의 히메츠루 이치몬지인걸.
그렇군요….
*
주인.
식장의 장식을 마쳤는지 후쿠시마 미츠타다가 대기실에 들어왔다. 잘 빗어넘겨 하나로 묶은 끝이 붉은 푸른 머리카락이 찰랑였다. 꽃을 돌보는 취미를 이렇게 쓰게 될 줄은 몰랐다며 너스레를 떠는 훤칠한 키의 남자가 등 뒤에 숨기고 있던 것을 꺼넀다.
와아.
그가 가져온 것은 신부의 부케였다. 가장 아름답게 피어 있는 꽃들만 골라서 다듬고 다듬어 만든 부케는 천상에서 갓 내려와 축복을 전하는 아기천사의 날개처럼 보드랍고 사랑스러운 자태를 갖고 있었다.
우리 아름다운 신부님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지만 말야.
겸손을 떠는 그에게 신부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부케라며 치하를 아끼지 않았다.
주인님~ 한 번 일어나 봐.
어느새 미다레 토시로가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후쿠시마 미츠타다는 신부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거들었다. 에스코트는 익숙하다는 듯이 그는 자리에서 일어난 신부의 치맛자락 등을 손쉽게 정리해 주곤 온전히 카메라에 신부만 담길 수 있게 자리를 옮겼다.
미다레 토시로의 셔터 소리가 여러 차례 울렸다. 평소에 사진을 찍는 건 내켜하지 않던 신부도 오늘만큼은 이 포즈 저 포즈를 즐겁게 취했다.
*
들어오세요.
카슈 키요미츠의 목소리가 들리고, 방문객들이 하나둘씩 신부 대기실에 찾아오기 시작했다. 스스럼없이 신부를 언니라고 칭하는 이웃 사니와도 있었고, 이렇게 먼저 결혼해버리면 나는 외로워서 어떡하냐며 거짓 울음을 울며 장난치는 이웃 사니와도 있었다.
*
밖에서도 손님맞이가 한창이었다. 취임한 이래로 10년 가까이 혼마루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오던 시간정부 직원부터 종종 만나곤 하는 이웃 사니와들과 그들이 호위로 대동한 도검남사까지 상당한 숫자의 사람, 혹은 사람 모습을 한 하객들이 모여 있었다.
신부 대기실에서 나온 이웃 사니와와 호위 역의 도검남사들이 하나둘씩 자리에 앉았다. 신부 측, 신랑 측을 따로 두지 않고 6인석 원탁을 배치해 놓은 자리가 모자람 없이 들어찼다. 신부 측에게는 낯선 이들도 여럿 있었다. 아마도 신랑 측 손님인 듯해 보였다. 아마도 평소 외출해서 만나는 비즈니스 파트너겠거니 싶었다.
아, 아.
훤칠하게 차려입은 카센 카네사다가 사회자 자리에 서선 마이크를 잡았다. 여느 때보다 더욱 온화해진 표정의 카센 카네사다는 유려한 목소리로 하객들 모두에게 자리에 착석하길 바란다는 말을 했다. 하객석이 분주했다. 본성의 도검남사들도 각자의 자리에 착석하고, 신부 대기실에 다녀온 하객들도 각자의 명패가 자리한 곳에 앉았다.
*
도요 이치몬지는 신랑 입장 대기줄보다 조금 더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본성에 몸을 의탁하게 된 순가부터 지금까지의 시시각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일과의 시작과 끝에 언제나 내가 있기를 바란다고 다소 침착하지 못하게 고백했던 날도, 나의 마지막이 당신이기를 바란다는 말로 프로포즈했던 날까지도 선명하게 기억 속에서 피어났다.
산들산들 바람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향긋한 장미와 백합 향이 자연 속의 라일락과 아카시아와 섞여 들어왔다. 그의 관점에서 보자면, 신부를 꼭 빼닮은 아름다운 날이었다. 아름다운 꽃향기, 선명한 물빛의 하늘, 솜털 보송한 토끼 같은 공기까지 무엇 하나 ‘여생의 주인’을 닮지 않은 것이 없는 하루였다.
결혼. 일생의 언약. 나의 남은 생을 너의 남은 생과 하나 되어 살아가겠다는 약속을 나누는 일. 그런 일에 시큰둥했던 과거의 자신은 과거의 유산으로 죽어 없어지는 날. 그런 날이 성큼성큼 다가와 문을 열었다.
신랑 입장이 있겠습니다.
카센 카네사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꽃문을 지나 신부의 손을 잡으면, 반지를 나누면, 하객들 앞에서 충실히 당신과 미래를 함께하겠다고 약속하면, 서약은 성립된다. 무엇으로도 깨질 수 없게 이 약속을 단단하게 묶어버리기 위해 그는 자신 앞에 꽃으로 장식되어 있는 아치문을 건너 성큼성큼 걸었다. 특별한 관계가 되고 나서도 그러했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는 너무나도 당연히 모든 것은 이 생의 주인을 위해 써서 마땅한 시간이 오고 있었다.
세 걸음, 두 걸음, 한 걸음, 그리고 제로. 그는 늠름하게 주례석 앞에 섰다. 등 뒤로 싸늘한 눈빛이 여럿 느껴졌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신부는 누가 보아도 얼마든지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는 자신감 있게 섰다. 사회자석에서 카센 카네사다가 무어라 말하는 소리와 함께 발랄한 비트의 음악이 깔렸다. 반대편의 쭉 뻗은 카펫 위로 한 발 한 발, 신부의 드레스가 나타났다. 오, 이런. 자동으로 감탄사가 나올 만큼 햇살을 받은 신부의 모습은 눈부셨다. 언제라도 신부를 아름답지 않다 생각해본 적은 없었건만, 그의 눈에 비친 오늘의 신부는 그야말로 태양을 한 조각 강림시켜놓은 것만큼 눈부셨다. 영원히 나의 여왕님이 되어 달라며 반지 대신 선물했던 티아라에서 반사된 빛이 얼굴을 환하게 비추었고, 분명히 작은 체구의 신부임에도 그 어떤 여신보다도 위엄있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당장 무릎을 꿇고 다이아몬드로 촘촘히 장식한 신발을 바치고 싶을 만큼.
꽃이 뿌려진 카펫 위로 신부가 걸어와 그의 앞에 섰다. 마법에라도 걸린 듯이 청명한 하늘 아래 오늘의 광경은 천 년이 더 지나 썩어 문드러진 칼이 되더라도 잊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사랑스러운 신부로부터 눈을 떼지 못하고 서 있는 완벽한 비즈니스맨을 떠올려본 적 없다면 지금에라도 떠올려보기를 바란다. 그런 그의 찰나를 끊은 것은 카센 카네사다의 목소리였다. 신랑과 신부는 나란히 미소로 눈인사를 나누고는 그의 말에 따라 주례를 향해 섰다. 한 줄기로 곱게 머리를 땋아내린 시치세이켄이 주례석에 서 있었다.
* * *
이왕이면 스몰웨딩이 좋겠는데….
피앙세가 원한다면 스몰 웨딩도 좋겠지만, 적어도 본성의 도검남사들과 피앙세의 지인들까지 더한다면 스몰 웨딩으론 끝나지 않을 것 같다만.
역시 어쩔 수 없나. 근교의 작은 교회라도 빌릴까 했거든.
평범한 인간이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안 될 것 같군 그래.
그는 훗, 하고 웃었다. 본성의 식구만 백 명이 넘어가는데 스몰 웨딩은 불가능한 소리였다. 누가 하객으로 올지 다툼이라도 나면 곤란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모두에게 자신의 신부임을 땅땅 못박아두고 싶은 그의 계산도 어느 정도는 섞여 있었다. 어쨌거나 본성에서 주인을 주인으로만 모시는 도검남사도 적지 않지만, 그 이상의 감정을 품고 있는 동료 겸 경쟁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동생이 스몰웨딩을 했다지?
남쪽 섬에서. 정말 작은 교회였는데…아마 당신이 들어가면 우리 둘만 하는 결혼식이 될지도 몰라.
…이 일은 나에게 맡겨 두면 안 되겠나, 피앙세.
당신 얼굴 보니까 스몰웨딩은 불가능한 것 같네. 응, 당신이라면 얼마든지 맡길게.
그의 무릎에 기대 누워서는 손을 뻗는 피앙세는 무척이나 고왔다.
* * *
…신랑은, 녹이 슬고 떨어진다 해도 신부를 사랑하겠는가?
네.
신부는?
당연한 말씀을요.
그러면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이들은 이들의 약속을 잘 들었는가? 이의 있는 자는 앞으로…. 그건 집어넣게.
새신랑이 된 도요 이치몬지는 ‘이의 있는 자는 앞으로’라는 시치세이켄의 말에 품에서 리볼버를 꺼내는 시늉을 했다. 하객석에 호위로 따라온 고케 카네미츠와 히메츠루 이치몬지가 자기 주인의 어깨를 지그시 눌렀다.
흠, 흠. 어쨌든…반지를 교환해야겠지.
목소리를 가다듬은 시치세이켄과 하객들이 보는 앞에서 둘은 서로의 왼손 약지에 붉은 보석이 박힌 반지를 끼워주었다.
이로서 모두가 보는 앞에서 신들의 축복을 받은 두 사람의 결혼이 성사되었음을 선포한다는 말을 남기고 시치세이켄은 주례석을 떠났다. 이제는 신랑과 신부로 하나가 된 둘은 사회자의 말에 따라 하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
마지막은 결혼식 촬영이었다. 자리를 메우고 있던 이들은 각자 신부와 신랑의 뒤쪽에 자리를 잡았다. 새신랑인 도요 이치몬지의 키가 너무 커서, 자리를 배치하는 데 조금은 애먹었지만.
사진 촬영을 마치고 화려하게 꽃핀 부케가 신부의 손을 떠났다. 부케는 놀랍게도 다른 혼마루의 도검남사에게 떨어졌다. 보랏빛 긴 머리카락이 찰랑이는 그의 손에 부케가 잡혔다. 모두의 환호가 이어 터졌고, 부케를 잡은 하치스카 코테츠의 뺨이 붉게 물들었다.
*
하객들은 하객용 원탁으로 돌아갔다. 신랑과 신부는 그들의 축복을 받으면서 융단 위로 퇴장할 순서였다.
허니.
왜요, 달링?
도요 이치몬지는 너무나도 쉽게 신부를 양팔로 들어안았다. 이 순간을 놓치기 싫었다. 조금 더 가까이에서 자신의 태양을 눈에 새기고 싶었다. 기분 좋은 바람이 싱그러운 향기를 품고 나부꼈다. 떠들썩한 하객석의 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멀어졌다. 하루라도 모닝키스가 빠지면 서운한 사이지. 그는 마치 처음인 것처럼 입을 맞추곤 떨어졌다. 세상 어디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날은 없을 터였다.
見つけたよ, Beloved―.
Image By Bluesky @s4hu.bsky.social
'도검난무 > 씀' 카테고리의 다른 글
250302 닛코사니 * 별 (0) | 2025.03.02 |
---|---|
250113 운쇼사니 * 불면 (0) | 2025.01.13 |
250112 도요사니 * 초야 (0) | 2025.01.12 |
241027 검사니전력 입맞춤 (0) | 2024.10.27 |
241006 검사니전력 붉은색(紅色) (0) | 2024.1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