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간에 컨디션이 퍼져서 시기가 맞지 않지만 그럼에도 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S2 

* 캐릭터 해석이 맞지 않거나 ... 여튼 수정할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얘가 이럴 리 없어! 하는 부분은 언제든 .. 수정하겠습니다 S2S2 

 

창문을 살짝 넘겨다보면 신록이 넘쳐났다. 그리고 그 신록을 더욱 빛나게 하는 화창하다 못해 쨍하단 말로밖에 표현되지 않는 뙤약볕이 내리쬐는 여름날이었다. 밖에 나갈 일이 없다면 딱히 문제가 될 수 없었다. 신입 사니와에게는 눈앞에 쌓인 서류의 산이 더욱 문제였기 때문에.

 

시원하게 자른 머리카락 끝이 에어컨 바람에 살랑이는 소리를 끝으로 수기를 마친 츠키는 조금 전까지 사각이던 펜을 내려놓았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 순서지만 필요한 절차였다. 현대문물이 자리한 혼마루이고, 23세기의 문물을 들여놓지 않을 이유가 없었지만 수기로 써놓은 보고서를 읽는 것이 조금 더 편한 도검남사들을 위함이었다.

 

그럼, 이제 옮기기만 하면 되겠구나.”

 

카센 카네사다는 츠키의 옆에 쌓인 서류들의 정리를 도우면서 다정하게 말했다. 츠키가 임무를 하나하나 완성해 가며 하루하루 달라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카센 카네사다의 숨겨진 즐거움이었다.

 

츠키는 수기로 작성한 보고서들을 다시 살피며 정부가 지급한 보고서 양식에 맞춰 하나하나 노트북으로 옮겨 적었다. 업무를 두 번 하는 것과 마찬가지지만 고풍스러운 도검남사들이 각자의 일을 인수인계하기 쉬우려면 역시 이편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그때였다.

 

, 소리와 함께 츠키의 목덜미가 더워지기 시작한 것은. 바깥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에어컨이 꺼지고 1분도 지나지 않아 창문으로 쏟아져 내려오는 햇볕이 그 위광을 뽐내기 시작했다.

 

노트북의 전원은 문제가 없습니다만.”

아무래도 이 방의 온도를 낮춰주던 기계에 문제가 생긴 것 같구나.”

?”

 

서류에 집중하느라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솟아올랐던 츠키는 카센의 말을 듣고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을 하고 에어컨 쪽을 올려다보았다.

 

츠키는 어떻게든 속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인간이란 어떻게든 속마음이 드러나고야 마는 존재인 것을. 이미 소리없는 절규를 지른 츠키의 손이 빨라졌다. 서류 마감까지 꼬박 두 시간을 더 서류 업무를 했다가는 자신이든 노트북이든 누구 하나는 기절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더워지면 사람이 늘어지는 것도 당연지사. 옆에서 카센 카네사다가 보조를 해준다고 하더라도 신의 몸이 아닌 이상에야 더위를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고, 하필이면 오늘의 기온은 그야말로 뒷목을 잡을 만한 무서운 온도를 기록하여 여름의 폭염을 주의하라는 안내가 10분에 한 번꼴로 휴대전화 단말에 들어오는 수준이었다.

 

서류를 넘기며 손부채질 한 번, 자재의 수를 기록하고 땀방울 훔치기 한 번, 다시 페이지를 넘기며 손부채질 두 번. 안쓰럽게도 더위를 있는 그대로 느끼며 일을 하는 츠키를 안쓰럽게 보던 카센 카네사다는 에어컨을 한 대 때릴 각오로 그 앞에 섰다.

 

스탑- 스탑.”

 

이 더위에도 여유있는 목소리가 카센 카네사다의 귀를 때렸다. 오늘의 원정 담당이었던 도검남사들의 부대장이 그를 말리는 소리였다.

 

새 일거리다, 주인이다만, 썩 좋은 상황은 아닌 것 같군. 그리고 당신의 힘으로 그 기계를 때렸다가는 아주 박살이 날 거다만.”

 

원정의 결과 보고를 위해 집무실에 들어온 도요 이치몬지의 그림자조차도 녹아버릴 것 같은 열기가 집무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거기서 이십 분쯤 지났을까. 츠키는 휴대용 물병을 들어 얼음물을 들이키곤 엔터를 쳤다. 오늘의 주 업무에서 해방이었다. 노트북을 닫은 츠키의 머리카락 끝에서 땀방울이 한 방울 똑 떨어졌다.

 

수고가 많았다는 말과 함께 다행히도 업무는 끝이 났다. 특별한 일만 없다면야 남은 하루를 보내는 것은 그들의 선택에 따른 일이었다.

 

그럼, 여기서는 내 마음대로.”

 

짙게 아이라인을 그린 눈이 찡긋, 감았다 떠졌다. 어째선지 그 모습이 장난기 있는 소년 같기도 해 바라보는 사람의 귀 끝이 붉어지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그런 그가 딱 열 개의 손가락을 펼쳐 보였다. 십 분 정도면 된다는 뜻이었을까.

 

시계가 정확히 십 분이 지났음을 알려 왔다. 츠키는 자신의 집무실 밖을 향해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집무실 밖의 광경은 아침과는 영 딴판이었다. 언제 어디서 가져왔는지 공기를 주입한 커다란 간이 풀장과 파라솔, 그리고 간이 테이블 위의 간단한 피서용 먹거리까지, 십 분으로 가능하지 않았을 것만 같은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거기에 언제 그렇게 입었는지 여름 분위기를 잔뜩 낸 하와이안 셔츠 바람의 화려한 그의 연인들까지.

 

어안이 벙벙해진 츠키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무리 남사들의 신체 능력이 좋고, 그들이 더위의 영향을 덜 받는다(혹은 안 받는다)지만 지금 이 상황을 이렇게 활용한다고?

 

어서 이리 오지 않겠나? 작은 새를 위한 성의다.”

 

무지갯빛 파라솔 아래 해변용 의자가 두 개, 그 옆에 놓인 테이블 위로 시원한 파란색의 음료가 둘, 그리고 이쪽을 향해 자신의 바로 옆에 서서 찡긋하는 도검남사 하나, 자신을 향해 눈부신 햇빛 아래서 손을 내민 도검남사 둘. 말 그대로 평생을 잊지 못할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세상 어느 해변을 가더라도 이런 광경은 절대로 볼 수 없을 게 분명했다. 츠키는 낯선 기분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감사합니다.”

 

여전히 송골송골 솟아오른 땀방울을 훔칠 생각도 못한 츠키는 연인들의 인도에 따라 비치 체어에 앉았다. 쭈뼛거리는 츠키의 손에 달콤한 푸른 빛의 소다 맛 음료수가 들리고, 쪼로록 빨아올리는 소리가 멈추었다.

 

그럼, 이건 어떻냐, !”

 

어디서 숨어있었는지 난센 이치몬지의 목소리와 함께 물줄기 하나가 흩뿌려졌다.

그리고 츠키의 손에도 어느샌가 물총 하나가 쥐어졌다.

 

응전하지 않으면 풀장에 빠질 지도 모르지. 작은 새, 함께 어울려 주는 게 좋지 않겠니?”

 

제가 어떻게, 라는 말은 빼고 부탁한다는 듯이 산쵸모가 지근거리에서 싱긋 웃었다. 츠키는 그의 얼굴을 한 번 보고, 제 손에 들린 물총을 한 번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츠키가 물총에 물을 채우는 것을 본 도요 이치몬지는 그제야 전화를 들어 다이얼을 눌렀다. 내일까지 저 에어컨을 고쳐놓지 않으면 당장에라도 시간정부 시설 관리부에 쳐들어가고야 남을 것만 같은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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