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적 설정 있음
숨바꼭질 같다.
찾으려 하면 숨어들고, 잡으려 하면 놓치고, 언제나 그 꽁무니를 뒤쫓게 되는 것이 일상이다. 무지성으로 과거에 존재했던 모든 것을 때려부수려 드는 시간역행군을 쫓는 것은 차라리 쉬웠건만, 이 상대는 몇 달씩이나 제가 내키면 숨어 버리고, 제가 내키면 나타나길 반복한다. 어디에다 묶어두고 싶을 만큼 깜찍하기 이를 데가 없다.
넓은 부지 안에 숨을 곳은 어찌나 많은지, 빈틈없이 결계를 쳐 두고 위장을 해 두어서 철옹성과 같은 방어력을 지닌 요새이지만 그 요새의 주인이 이렇게 제 내키는 대로 숨어서는 그것도 곤란했다.
왜,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그림자 무사로 내놓는 대외적인 얼굴은 누가 되어도 상관이 없었다고. 어지간한 고위급 무장이 아니고서는 성주의 얼굴을 볼 일도, 볼 수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그런데 지금은 그런 그림자 무사가 필요한 시대도 아니고. 때아닌 새벽에 이게 뭐란 말인가. 잠에 푹 들어서 상대방이 기어나가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웠다. 굳이 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육체가 인간을 흉내내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에 눈을 감고 작은 새를 토닥이고 있었던 것을 슬쩍 밀어내곤 또 그 작은 발로 도도도 뛰어나간 것이다.
“정말 묶어놓고 싶을 정도로군. 안 그런가, 형제?”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는 너는 참으로 오랜만이로군.”
“훗. 일단 수색이나 계속하자고. 정 뭐하면, 내기라도 할까.”
“실없는 농담은 그만두지 않겠나.”
새벽빛이 물든 속에서도 붉은 눈의 남자가 말했다.
“우리의 명예가 걸린 일이니.”
성의 부지는 무척이나 넓었다. 어림잡아 백이십은 족히 거주하는 성의 유일한 인간인 주인의 능력으로는 갈 만한 거리는 한정되어 있었다. 문제는 그 반경 안에,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있다는 것이지만. 어쨌거나, 그 유일한 인간의 가장 가까운 호위를 맡은 자들로서의 명예를 실추할 수는 없었다.
“…찾은 것 같다.”
“호오?”
“저기.”
“…. 작은 새는 작은 새다 이건가.”
그들의 ‘목표’였던 이는 후원의 정자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야경꾼 도검남사들도 잘 오지 않는 가장 조용한 구역, 앉아 있으면 오롯이 넓은 연못만을 시야에 둘 수 있는 곳. 그런 곳에 ‘작은 새’처럼 앉아서 한쪽 무릎을 안고 외로운 듯이 몸을 기대고 있는 얼굴에는 밤그림자가 아닌 더욱 짙은 그림자가 내려앉아 있었다.
“…이상한데.”
겨울은 본디 찬 게 맞다. 사시사철, 주인의 마음이 동하지 않고서야 늘 겨울인 결계 속의 이 성은 오늘따라 무척 추웠다. …다만, 성주의 곁으로 갈수록 바람이 거세어질 뿐, 그리고 그 성주는 얇은 잠옷 바람으로 그 차가운 바람 속에서 앉아 있을 뿐.
그 거센 바람 속에서 밤을 그대로 덧쓴 하얀 머리칼이 흔들리지 않고 있었다. 마치 마네킹을 고정해 세워둔 것처럼.
“일단 잡아놓고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것 같군.”
폭풍이라도 불 것 같은 바람 속에서 두 사내는 조심조심, 사냥감이 놀라지 않게 다가갔다. 어차피 길은 하나가 아닌 여러 개. 어쨌거나 서로를 형제처럼 인식하는 두 남자는 전투의 프로였다. 인간 하나를 상대로 한 잠입 미션 정도야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셋, 둘, 하나.
숨도 쉬지 않은 인영이 빠르게 작은 새라고 불리던 성주를 에워쌌다.
“왔어요?”
심상하게,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말하는 성주의 목소리에서는 옅은 떨림이 묻어나왔다. 그것은, 결코 잠에서 깬 사람의 잠겨 있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찬 바람으로 어떻게든 아닌 척하려 했던 눈가가 새벽 기운에도 유독 붉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했니, 작은 새. 생각은 따뜻한 방에서 해도 괜찮지 않을까?”
“그냥, 이것저것.”
작은 새는 밤에도 또렷하게 보이는 붉은 눈을 피했다. 살짝 감긴 눈꺼풀 위로 커다란 손이 하나 덮였다. 본래 이마를 덮으려고 했던 손이 작은 새의 얼굴에 비해 커서 생긴 일이었지만.
“뭐, 비즈니스적으로는 보이고 싶지 않은 얼굴도 있는 법이지.”
작은 새의 몸이 맥없이 무너졌다. 기절이라도 한 듯이
“식신으로 위장해놓은 건 아니군…그래. 차라리 다행인가.”
“애초에 그랬다면 알아봤을 거다. 형제도, 나도.”
“못 알아봤다면 근시 자리를 내놓아야겠지.”
“그건…생각도 하고 싶지 않군.”
이치몬지의 위세도, 주인을 보필하는 자리도, 무엇 하나 내주고 싶은 것은 아니었기에 두 남자는 서로의 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푸른 눈의 양팔에 들린 성주는 잠에 든 것처럼 눈을 감고 조용히 있었다. 붉은 눈의 남자가 등을 들어 발밑을 밝히고, 푸른 눈의 남자는 그 뒤를 성주를 모셔 안고는 걸었다. 폭풍 같던 바람은 멈췄다.
아침이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하루를 보내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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