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니와의 죽음 요소 주의.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빼곡하게도. 무엇이 그리도 미안한지. 사니와의 엽편에는 한 명 한 명에게 무엇이 그리도 미안했는지 해주지 못한 일에 대한 미안함만이 가득 남아있었다.
그래. 나를 주인으로 두게 해서 미안했어요.
그렇다면. 자신에게 남은 편지에는 무엇이 쓰여 있을 것인가.
짝 잃은 야수와도 같은 커다란 인영의 손이 떨린다.
당장 이 종이를 구겨버리고 싶지만 도무지 할 수 없게 되어버린 그것.
언제나처럼 불면을 앓았기에 새벽까지 함께 이야기하던 그.
그리고, “잠깐만 다녀올게요”라고 말했을 때는 이미 늦어버린 것이었던가. 정말 가볍게 투차 자리를 진설해 두고 웃었던 일은 결국 어떤 파문도 일지 못하고 그렇게 스러져만 갔던가.
그조차도 열 수 없었던 비밀 서랍의 열쇠를 열었더니 두 편의 편지가 남아 있었다. 이건 도대체 언제 준비한 거란 말인가.
그럼, 사니와의 이 계획적인 xx에는 얼마나 많은 준비가 있었던 거란 말인가.
자신과의 미래를 약속하고 환히 웃던 그 모습에서는 낌새조차 찾아볼 수 없었던 일이 왜 현실이 되어 일어나고 있는가.
주인이 돌아올 수 없는 사니와의 방에 도요 이치몬지는 언제나 그랬듯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앉았다. 여기의 어디에 그를 그토록 절망시켜 결국 스스로를,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어찌하여 부러지는 것이 자신이 아닌지.
그는 떨리는 손으로 두 번째 편지를 열었다. 자신의 문장이 꾹찍혀있는 그것. 그 외에는 열어보아서는 안되는 그것. 그것을 열면, 마치 이국의 여인이 열었던 상자처럼 걷잡을 수 없는 것들이 담겨있어서, 덮어버릴 수만 없을 것 같아서.
그리고, 당신의 흔적마저 모두 잃을 것 같아서. 당신의 기억이 왜곡될 것 같아서. 당신의 마음까지도 진심이 아니었을까 봐.
그는 여전히 끔찍할 정도로 두근대는 심장이 싫었다. 첫 번째 편지에 적혀 있었던 ‘나를 사랑하게 해서 미안합니다.’ 쉽게 쓰지 못했을, 몇 번은 잉크를 찍어 썼어야 했던 흔적이 그대로 남은. 말린다고 말렸지만 눈물 방울이 다섯 개는 찍혀 있는 그 자리, 그 편지. 너는, 너는…너는….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허공을 응시하는 어느 날, 그날 모든 것을 물어봐야 했는지.
분명히, 이 편지봉투 속에는 미안하다는 말 외에 더 담긴 말이 있겠지.
그럼에도, 그는, 봉투를 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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