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음…….”

어쩌다 이런 곳에 떨어진 인간인지 모르겠지만, 누구냐.”

.”

뭐라고?”

 

상대방의 의식이 꺼졌다. 헤시키리 하세베는 뽑았던 칼을 칼집에 다시 집어넣었다. 주인을 사고로 잃어버린 혼마루에 남아 있는 도검남사 몇 앞에 갑자기 하늘에서 공간이 열리며 뚝 떨어진, ‘알 수 없는존재에 대해 경계하지 않는 검은 없겠지만 상대방이 어떤 살상력도 없어 보이는 존재라는 점에서 칼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일단 의문의 존재가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는 점을 콘노스케를 시켜 정부에 보고했다. 정부에서 나온 사람들은 이내 이 새로운 존재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

 

알 수 없는 R발음으로 시작되는 소리를 하는 대상은 사람이 아니었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기계장치가 인간의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이었다. 현대의 기술로는 만들 수 없는 인간을 흉내내놓은 것, 그것이 그들의 혼마루에 뚝 떨어진 존재였다.

 

그래서, 여기로 떨어진 존재니까 여기서 책임지라는 거니?”

현세로 내보내서는 안 되는 존재이니까요.”

그렇다고 새 주인을 이렇게 들이라는 법은!”

일단 진정해 봐, 하세베 군. 우리에게도 새로운 주인이 필요하긴 하니까.”

인정할 수 없다. 거기다 기계장치인 것을?”

 

헤시키리 하세베의 의견이 어쨌든, 주인 없이 방치되었던 혼마루는 몇 달 만에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게 되었다. 우선 기계장치임에도 영력의 흐름이 있는 존재였기 때문에, 굳이 말하지 않으면 인간과 전혀 다를 바가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주인이네, 잘 부탁해. 이쪽은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 청동 촛대를 베었다는 뜻이야. 멋지진 않지만. 앞으로 잘 해나가자,레이디.”

헤시키리 하세베. 이왕이면 하세베라고 불러줬으면 좋겠군.”

내 이름은.”

 

인형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피부 부분이 아무런 어색함 없이 함께 주름이 잡혔다. 보통 솜씨로 만든 것은 아니로군, 생각하며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가 손을 내밀었다.

 

어제가 없다면, 내일은 있을 테니 아시타, 는 어떨까.”

아시타.”

짧게 줄여 부르기엔 시타로 충분할 것 같은데.”

 

물건으로부터 피어난 신이 누군가의 창조물에게 이름을 지어주었다. 신으로부터 이름을 받은 인형은 감겨 있던 눈을 살포시 떴다. 분홍빛이 감도는 듯한 핏빛의 붉은 눈이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를 바라보았다가 눈을 내리깔았다.

 

좋은, 이름.”

 

어색한 언어로 띄엄띄엄 말을 하는 인간의 형체를 가진 것이 빙긋 웃었다. 그리고 새하얗고 길다란 손가락을 내밀었다.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가 잡은 손은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딱 인간의 손의 온도였다. 얼핏 보아서는 절대로 인간처럼 보이는 것.

 

우리를, 믿어주기만, 하면, .”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천천히 발음했다. 신의 존재 방식이란 믿음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했을 뿐이었다.

 

 

* * *

 

 

밋쨩, 오늘도 근시군요.”

 

어느새 시타는 유창하게 일본어를 말할 줄 알았다. 24시간 깨어있어도 작용하는 자동인형오토마타은 혼마루의 전력을 배로 불렸고, 유사시에 여차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까지 온몸으로 익힌 채였다.

몸의 부품은 여전했다. 최고의 인형사가 최선의 부품을 들여 하나하나 공들여 짜맞춘 몸은 어지간해선 마모되지 않았다. 시간정부는 인형의 몸을 때떄로 열어보고 싶어했지만.

 

주인께 무례를 범하다니. 그딴 눈빛은 집어치워라.”

괜찮아요, 하세베. 후후.”

당신께서 웃으신다면 그 길이 맞는 일이지만.”

가죠. 다들 기다릴 거예요.”

 

호신도처럼 곁을 지키는 헤시키리 하세베의 눈빛을 보고 입을 다무는 일도 잦았다.

 

오늘 온 편지는 있나요?”

청첩장 한 장이 와 있어.”

. 그 아이가 벌써 결혼을 하나 보네요.”

주인님의 혜안은 누구보다도 앞서십ㄴ

 

시타는 우아하게 헤시키리 하세베의 말을 가로막고 말을 이었다.

 

선물로는, 뭐가 좋을까요?”

역시 결혼 선물이니까, 소중하게 여길 만한 것이 좋겠지?”

하세베의 생각은 어때요?”

재정이 충분하다면 괜찮은 혼수를 보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그럼이게 좋겠네요.”

 

시타의 시선이 카탈로그를 쭉 훑어보다가 멈추었다.

 

예쁜 선택이네.”

그 아이가 행복하기를 바라니까요.”

 

선물의 수신자는 코루리. 시타를 스스럼없이 받아들인 미카게 집안의 사랑스러운 딸. ‘시타 이모!’라고 부르면서 자신이 어릴 떄부터 단 하나의 주름도 생기지 않은 시타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아이였다. 어차피 혼마루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 시타는 그간 받아놓은 급료를 아낌없이 코루리를 위해 사용할 예정이었다.

 

오랜만에 나가죠.”

 

만방 외출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 시타는 옷장을 열었다. 검은 몸판에 목 부분만 흰 레이스 칼라로 마무리한 원피스를 입은 시타는 인형답게 황금비율로 만들어진 몸을 옷 속에 감추었다. 가끔은 드러내도 괜찮지 않냐는 후쿠시마 미츠타다의 말을 뒤로 하고.

 

밀밭색의 금빛 머리카락은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의 차지였다. 미다레 토시로도 있고 지로타치도 있지만 시타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늘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에게 맡겼다. 오늘은 그의 취향대로, 땋아서 틀어올렸다. 그리고 인간의 것이 아닌 눈빛을 가리기 위해 베일을 쓴 위로 미니햇을 올렸다.

 

곧 우리가 만난 지도 10년인데, 주인도 우리도 하나도 변하지 않으니 세월을 체감할 수가 없네.”

그 아이가 있었기에 체감한 10년이죠.”

각별한 아이지. .”

역시 선물은. 그 아이에게 어울리는 티아라를 해 주고 싶네요.”

 

가장 빛나는 신부를 위해서요. 시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 쪽에서 장갑을 내밀었다. 새틴 재질의 검은 장갑이었다. 길고 날씬한 손가락에 딱 맞는 장갑을 낀 시타는 역시나 검은 새틴 구두를 신었다. 마치 혼주석에 함께 있어야만 할 것 같은 모습이었다.

 

나가는 김에, 주인의 의상도 하나 맞추고 싶은데. 어때?”

제 의상을요?”

뜻깊은 날이 곧 다가오니까.”

 

시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정말 티아라를 주문하러 갈 시간이었다.

 


#코루리_결혼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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