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카시라, 등장 기념일 축하해요! 우리 집에 온 건 내일이지만. 

 

올해도 같은 장소, 같은 자리에서 만나요!

 

방긋 웃으며 도장을 찍은 듯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초대장이 이치몬지 도파의 도검남사들 앞으로 도착했다. 편지를 물어다 준 콘노스케 여러 마리는 도검남사들이 간식으로 상시 구비해 놓는 유부를 몇 장 주워먹고는 배가 통통해져서 사니와에게 돌아왔다.

 

그래, 수고했어. 이미 간식은 많이 먹은 것 같으니까, 이쪽에서 준비한 간식은 이따가 줄게?”

 

아내의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다는 듯이 곁에 자리하고 있던 도요 이치몬지의 얼굴도 눈에 띄게 환해졌다. 같은 도요 이치몬지를 백 명을 세워 두어도 눈에 띌 만큼.

 

그래서, 오늘 일은 여기까지 하고쇼핑을 나가야겠다는 이야기군.”

정답. 역시 당신이에요.”

 

종종거리는 발걸음으로 자신에게 와 당당히 몸을 숙일 것을 요구하는 눈빛에 도요 이치몬지는 기껍게 몸을 낮추었다. 쪽 소리와 함께 뺨에 닿는 촉감이 무척이나 보드라워 당장이라도 스케줄을 취소하고 싶을 정도였지만 이내 그 상념은 나무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멎었다.

 

코토리, 있나?”

 

, . 목소리를 가다듬은 사니와는 금세 위엄을 차리곤 네, 들어오세요, 한 마디로 업무 모드로 돌변했다. 정말이지 그 변화는 놀라웠다. 방글방글 웃는, 사랑스러움이 싹 거둬지고 정확하게 정면을 바라보며 그 어느 거구의 남사들에게도 주눅이 들지 않는(아니, 주눅들면 큰일이긴 하다. 그들을 통솔하는 입장이니.) 당당한 모습에 반한 것이 아니었던가.

도요 이치몬지의 상념은 거기서 끝났다.

 

코토리, 이번 축제의 준비는 함께하고 싶다만.”

 

꿈틀. 도요 이치몬지의 머리카락으로 가려진 눈썹 끝이 저도 모르게 반응했다. 보통 이런 일은 모두의 주인인 아내의 지휘 아래 식신들이 도와주던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무슨 심경의 변화지, 형제? 아내를 바라보며 애정이 뚝뚝 떨어지던 얼굴에 미세한 변화가 일었다.

 

부드럽게 웃으며 상대방을 거절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어쩌면 모든 혼마루의 산쵸모 개체가 가지고 있는 특징일지도 몰랐다.

잠시 고민하던 사니와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올해만이에요?”

 

싱긋 웃으며 내년에는 혼자서 알아서 하겠다는 의지를 표하는 사니와에게 거역할 수 있는 도검남사는 적어도 그들의 상정 범위 내에서는 없었다.

 

그렇게 하도록 하자꾸나.”

 

도요 이치몬지의 형제 아니, 현 수장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차를 준비하지.”

 

어쩐지 산쵸모의 입에선 더 하고 싶은 말이 남아있는 것 같은 모습에 도요 이치몬지는 자리를 비웠다. 어차피 자신의 아내라면, 아니, 이 혼마루의 수장이라면 무슨 일이 있든 잘 헤쳐 나갈 것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의 형제라면 허튼수작을 부릴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에.

 

주차장에는 여러 대의 차량이 있었다. 쿠와나 고우가 사용하는 농기계는 주로 밭 주위의 땅을 사용했기 때문에 자리에 없었다.

 

오늘은그래, 네가 좋겠지.’

 

작년에는 혼마루 생활에 익숙하지 않아 멋모르고 따라갔었던 축제 준비가 사실은 이치몬지 도파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하루였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의 가슴이 저릿했었다. 아마도 인간이었다면 심장이 두근거렸겠다고 했겠지.

 

어쨌거나 도요 이치몬지는 사니와의 몫으로 준비된 두어 대의 차량 중 뒷좌석과 트렁크의 넓이가 조금 더 넓은 것을 골랐다. 근처의 만방 거리에서도 웬만한 건 구할 수 있었지만 사니와가 원하는 것은 조금 더 현세의 전통에 가까운 것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현세로 나가야만 했다. 운전은 직접 하면 되고, 조수석에는 자신의 형제를, 뒷좌석의 상석에는 사니와를 앉게 하면 충분하겠지. 정도의 생각으로 그는 차를 정리하고 시동을 걸고 좌석을 따끈하게 데웠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도 누구의 발소리인지 알아들을 만한 두 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멀리서도 느껴지는 아내의 향기가 발자국에 녹아들어 있었다. 오는군. 도요 이치몬지는 나가기 쉬운 자리에 주차해 놓은 채로 상석의 문을 열었다. 당연하단 듯이 사니와를 앉히고, 안전벨트를 매 준 그는 도파의 수장이 문을 열고 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지막에 자리에 앉았다.

 

지난번에 갔던 곳으로 가면 되겠나?”

. 언제나처럼.”

 

* * *

 

쇼핑은 즐거웠다. 두 명의 거구의 남자 사이에 선 작은 체구의 주인이 무척이나 환한 표정에 당당한 표정을 하고 있어서였는지 어째서였는지 둘만 현세에 나갔을 때는 간혹 걸리고 하던 불심검문조차도 없었다. 아니면사니와의 모습이 유독 튀어서일까. 현세에 나갈 때는 단정하게 머리를 묶고, 안 그래도 튀는 체구인 만큼 검은 머리로 변장하고 나가는 도검남사들과 달리 백색에 가까운 은발을 붉은빛으로 치장한 모습이었으니.

 

혼마루 전용 게이트를 통과하면서 도요 이치몬지와 산쵸모의 변장도 슬쩍 풀렸다. 얼굴과 목, 손가락의 각인이 다시 드러나고, 울긋불긋한 머리카락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럼 이제, 준비를 하러 가면 되겠군.”

무거운 짐은 내가 들 테니 코토리는 먼저 가 있도록 하지 않겠니?”

 

준비를 함께 하기로 했으니 짐은 내가 들어야 공평하다는 듯이 말하는 산쵸모의 이야기를 거절할 만한 사니와는 아니었던지라, 사니와는 가벼운 가랜드 몇 개를 골라 들고 별채로 향했다.

 

사니와의 발걸음이 멀리 사라지는 것을 유심히 듣던 산쵸모는 도요 이치몬지를 향해 똑바로 섰다.

 

할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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