짹짹.

 

깜찍하게 지저귀는 새 소리는 분명 산쵸모의 손 아래 보살핌을 받는 귀염둥이 참새 식신들이 내는 소리였다. 방을 꾸미던 사니와는 고개를 갸우뚱하곤 문을 살짝 열었다. 쫑쫑쫑, 귀엽게 쫓아들어온 작은 새 한 마리가 짹, 하고 입을 연다.

 

작은 새여, 바쁜 것은 알겠다만. 잠시 와줄 수 있겠나?”

 

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 야심한 시간에 자신을 찾는 걸까. 사니와는 조심스럽게 웃옷 대용의 케이프를 걸치고는 별채의 방문을 걸어잠갔다. 손에는 아무것도 들지 않은 채로.

 

찰칵. 소리가 나고 뽀득뽀득 눈을 밟는 소리가 났다.

 

작은 참새들이 조용히 길을 밝히고, 사니와는 참새들의 뒤를 따랐다. 어차피 혼마루의 경내.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음이 분명했기에 사니와는 확신을 가지고 발걸음을 옮겼다.

 

똑똑.

 

참새들이 발길을 멈춘 곳에 사니와도 발을 멈추었다. 오래전에 증축하려다 말았던 작은 공간을 자신에게 달라고 했던 산쵸모의 청이 기억난 사니와는 살포시 미소지으며 문고리를 두어 번 튕겼다.

 

별 반응은 없지만 참새들이 멈춰선 문 앞이었다. 사니와는 경계심 없이 문을 당겨 열었다. 안은 이치몬지의 브랜드와 같은 고급스러운 붉은 빛으로 둘러쳐져 있었다. 이런 공간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개조된 방 안쪽으로 복도처럼 공간이 늘어서 있고, 벽을 책장과, 분명히 그들의 컬렉션이 분명할 작품들이 채우고 있었다.

 

오카시라?”

왔구나. 그럼, 작은 새, 잠시 실례하마.”

 

그의 큰 손의 온기가 눈을 덮었다. 일직선으로 들어올 땐 어디에 있었는지 보이지 않았는데 어느새 뒤에 서 있었던 걸까, 사니와는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시야를 그에게 맡겼다. 어차피 그는 자신의 이었으니까.

 

그리고 로퍼를 신은 발이 살짝 공중에 떴다. 어차피 그의 손길 안이었다. 안착한 곳도 어쩌면 그의 무릎 위겠지, 싶었던 사니와는 조용히 그 손길 하나하나에 감각을 예민하게 세우지 않았다.

 

그럼, 작은 새여. 오랜 이야기를 해 볼까.”

 

나긋나긋하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귓가를 채웠다. 그는 손을 사니와의 얼굴에서 떼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붙어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가까이서 이야기하는 것이 당연했던 그 어떤 날처럼.

 

결론부터 말하자면 식상한 이야기일 테지.”

 

부드럽고 말랑한 듯하면서 어딘가 강단있는 듯한 말씨가 귀를 울렸다. 순간적으로 사니와의 머릿속에 결혼 상대가 스치듯이 지나갔다. 그럴 것을 안다는 듯이 눈을 가린 손에 가볍게 힘이 실렸다.

 

지금은 집중해 주었으면 한단다.”

 

어쩐지 열감을 품은 듯한 목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사실 그럴 사이도 아니게 자연스럽게 그와 어울리곤 한다지만 한때는 심장을 어지럽히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사니와의 발끝이 조금은 짜릿해졌다. 이 말을 하는 그의 표정이 상상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불에서 태어나서 불로 사라지는 존재지. 불로써 탄생하고 불로써 사그라드는 것이 칼의 운명이야. 그래, 이 생을 얻었을 때 단 두 번 불을 맞으리라고 생각했단다. .”

 

목울대가 울리는 소리까지 들리는 거리에서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사니와는 더 이상 상념에 잠길 수 없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기 위해 야심한 시각에 자신을 불렀을까, 같은 질문조차도 할 수 없는 거리였다.

 

그런데 인간의 육신을 갖게 되니 자연스럽게 세 번째 불이 보이더구나.”

 

세 번째 불.

사니와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어쩌면, 이 도검남사는 지금 보이지 않게 그어놓은 선을 넘으려고 하는 것일지도.

 

너는 이미 완벽하지. 강건한 짝도 얻었고, 튼튼한 보금자리도 만들었구나.”

 

마치 노래하듯 미끄러지는 목소리가 정수리에서, 귓가에서, 그리고 심장께에서 울리는 것만 같았다.

 

작은 새, 네가 지저귀는 소리를.”

두근.

나의 일가가 만들었다면.”

두근두근.

그 노래의 절반은 내가 만들었다고 해도 될까.”

심장이 두근대는 게 아니라 이쯤 되면 덜컥거린다고 해야 맞지 않을까.

너는, 내가 있어서 완벽해진 거란다.”

 

.

쿵 쿵.

그의 손안에 자리한 눈이 번쩍 뜨였다. 일순간 숨이 멎는 발언을 들은 것만 같아 사니와의 작은 떨림마저 멈췄다. 긴장이 과하면 사람은 떠는 게 아니라 대범해진다고 했던가.

 

귓가를 맴도는 그의 숨소리가 평소와는 다르다.

귓가를 채우는 그의 목소리가 평소와는 다르다.

 

경고등을 울려 마땅한 시간이건만, 혼마루 안이라고 너무 방심했던 탓일까? 사니와는 순간적으로 제 손에 없는 호출기를 원망했다.

 

작은 새여.”

 

눈을 가린 손을 치우며 그가 사니와를 불렀다.

 

여기서 나가는 것도, 나를 어떻게 하는 것도 모두 작은 새의 의지에 따르겠지. 알고 있단다. 이 성은 구석구석 뭐 하나 네 영력이 깃들지 않은 것이 없어. 당장 소리만 질러도 공기마저 나에게 날을 세울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고 있단다.”

 

그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말을 이었다. 강인하게 쭉 뻗은 눈썹이 처연한 빛을 품은 채로. 당장 맹금류가 되어 날아버릴 수 있을 것만 같은 눈에 어떤 열정을 잔뜩 품은 채로.

 

그럼에도 자신만만해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사니와는 당장 조금만 끌어당기면 입술이 맞부딪칠 거리에서 그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선글라스 너머에 있던 눈이 이렇게 가까웠던 적이 얼마 만이었던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저 타는 듯한 눈빛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잠깐 스스로가 미친 탓이겠지. 탓을 해보아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

 

말없이 자신을 응시하는 사니와의 은빛 눈망울에서 어떤 신호를 읽은 것일까. 산쵸모의 눈썹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일개 부하로서는 조금 주제넘은 소리가 하고 싶구나.”

 

반듯하게 깎아놓은 듯한 아름다운 이마 밑으로 새의 발톱 같이 굴곡진 눈썹이 그려져 있고, 그 아래로 짙게 그려놓은 듯한 쌍꺼풀을 훑은 은하수가 붉은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그래, 나를 이렇게 바라보는 이도 오로지 작은 새, 너뿐이지.”

 

단정하게 다물려 있던 그의 입술이 움직일 때마다 사니와는 가슴 속에서 폭탄이 터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런 기분을 느껴서는 안 된다는 배덕감도, 사니와의 곤란함을 한껏 북돋웠다.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산쵸모의 각인 역시 새빨갛게 불타고 있었다. 이글거리는 열정이 피부 건너편까지 느껴질 정도로.

 

나의 세 번째 불은 너란다, 작은 새.”

 

여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사니와의 입술이 살포시 열렸다가 닫혔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당신의 형제와 결혼한 사이의 나에게 무슨 말을 하는 건가요? 아니면, 추억을 여태 안고 있는 건가요? 어쩌면, ‘나 역시도 당신을 불이라고 여겼던 적이 있었노라.’라고?

 

은하수가 요동친다.

곧게 뻗은 불길이 은하수를 반으로 갈라놓을 듯이 뻗쳤다.

 

망설이는 것으로 답이 되었단다, 작은 새.”

 

뜨겁게 달구어놓은 것 같은 화인이 사니와의 입술에 닿았다 떨어졌다. 곧바로 대답하지 못한 것이 오히려 답이 되었다니, 누군가는 들으면 펄쩍 뛸 이야기건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기에 어불성설이 아니라 충분히 말이 되는 것만 같은 이야기였다.

 

기다리고 있으렴.”

 

어느새 산쵸모는 사니와를 인도해 문앞까지 나와 있었다. 마치 조금 전의 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에스코트하는 손등은 더는 붉게 타고있지 않았다.

 

* * *

 

언제나처럼의 선물 교환식이다.

남편인 도요 이치몬지로부터는 이치몬지 브랜드 컬러의 새 신발을 받은 사니와는 자신을 향한 마지막 선물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끝이 떨렸다.

기다리고 있으렴, 이라고 했던 그의 말은 무언가 엄청난 파장이 있을 것을 예고하는 목소리였으니까.

 

아까부터 긴장하고 있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허니?”

 

사니와의 손끝이 떨리고 있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당연하지만 남편인 도요 이치몬지였다. 미세한 변화까지도 알아차리는 그의 눈썰미가 때로는 정말 감사했지만 오늘은 조금 두려웠다. 어쩌면, 새벽의 일도 그는 알고 있는 게 아닐까.

 

, 폭탄도 아닌데 열어보는 게 어떻겠냥.”

도둑고양이.”

, !”

 

마지막 선물. 혼마루의 모든 일이 멈추고 온전히 의 날인 성야. 사니와는 의 선물을 감당할 자신이 넘치지는 않았다. 제아무리 모든 일에 당당한 사니와라도, 새벽의 그 일을 떠올리자 마음이 편치 않았기에.

 

우리가 자리를 비키는 게 좋겠군?”

 

눈치 빠른 영감탱 같으니. 사니와는 가볍게 눈을 흘기듯이 이치몬지 노리무네를 보고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그럴 정도까진 아니에요.”

그럼 어서 열어보게나. 나까지 궁금해서 몸이 떨릴 지경이네만.”

좋아요.”

 

사니와는 눈을 감고 은빛과 붉은빛 리본으로 묶인 상자를 풀었다. 고급스러운 검은색 상자의 자태가 예사롭지 않았다. 곱게 성야 테마로 다듬고 꾸민 손톱이 눈에 띄게 떨렸다. 이 상자를 열면 그야말로 돌이킬 수 없을 일이 펼쳐질 것만 같아서.

 

작은 새.”

 

스르륵, 리본이 풀렸다. 사니와는 이쪽으로 모이는 시선에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긴장감을 느끼며 상자를 열었다.

 

호오?”

 

상자 속에서 빛이 쏟아져 나오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사니와는 눈부심에 쉽사리 눈을 뜨지 못했다. 그 빛 너머를 본 것은 이치몬지 노리무네가 먼저였다.

 

? 두목?

오카시라, 이것은.

 

닛코 이치몬지마저 당황하게 만든 것. 사니와는 폭탄이라도 쥔 듯이 감았던 눈을 떴다.

 

!”

 

정적이 사니와의 곁을 감돌았다. 모두가 사니와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길을 잃은 붉은 입술에 모든 시선이 고정되었다.

 

으하하하, 그래, 세 번째 반지는 사양이다.”

 

유쾌한 너털웃음 뒤로 뼈가 있는 말이 뒤를 이었다. 형제니까 가능한 일, 이라며 못을 박는 도요 이치몬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산쵸모는 주인의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두 개의 반지가 샹들리에 아래에서 빛났다.

 

*

오카시라, 우리 혼마루에 온 지 6주년이에요. 축하해요. 언제나 함께해 줬으면 좋겠어요.

Picture by  siro✨(@siro_osam)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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